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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음모론 유포자 '솜방망이' 처벌, 사회적 분열의 씨앗이 되다

by Agent 2025. 4. 17.

우리 사회에서 각종 음모론이 끊임없이 확산되는 이유, 혹시 처벌이 너무 약해서는 아닐까요? 세계일보가 최근 분석한 음모론 관련 판결문 43건에 따르면, 대부분의 음모론 유포자들이 무죄 또는 경미한 처벌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음모론 확산의 토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음모론 유포자에 대한 처벌 실태와 그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충격적인 음모론 판결 실태, 43건 중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

"표현의 자유"를 방패 삼은 음모론

세계일보가 2014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음모론'이란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 43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피해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매우 가벼운 처벌에 그쳤습니다^2.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세월호 고의침몰설을 주장한 블로거의 경우였습니다. 이 블로거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구원파가 고의로 세월호를 침몰시켰다"며 "인신공양으로 단원고 학생들을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펼쳤음에도,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5.

손해배상, 기각이 더 많은 현실

43건의 판결문 중 12건(28%)은 손해배상 청구였으며, 이 중 8건만 손해배상이 인정되었고 평균 배상액은 1925만원에 불과했습니다^2. 나머지 4건은 피해가 인정되지 않아 기각됐죠. 이는 음모론으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존재함에도 법적으로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손해배상은 청구자가 손해발생사실과 발생원인, 그리고 귀책사유 간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3.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도 '가벼운 처벌'

음모론 관련 판결 중 9건은 명예훼손으로 기소됐으나, 이 중 2건은 무죄, 5건은 벌금형에 그쳤습니다^5. 또한 6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4건은 모욕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부분 가벼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특히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위원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비방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며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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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의 원인, 왜 음모론은 처벌하기 어려울까?

입증의 어려움과 법적 장치 부족

음모론 처벌이 대체로 경미한 가장 큰 이유는 음모론을 입증하기 어렵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적 근거나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2. 현재는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이 있어야만 손해배상이나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이 이루어질 뿐입니다. 그러나 음모론의 특성상 직접적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설령 피해자가 있더라도 그 피해를 계량화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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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와의 균형 문제

또 다른 이유는 표현의 자유와의 균형 문제입니다. 법원은 종종 음모론 유포가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된다고 판단합니다. 사전투표 조작설을 전파한 B씨의 경우, 법원은 그의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5. 이는 허위사실이라 하더라도 특정한 법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려운 현행법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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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이 키우는 사회적 불신, 민주주의의 위협이 되다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의 온상

음모론은 단순한 가짜 정보를 넘어 사회 전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칩니다. 법원도 "이와 같은 범행을 방치할 경우 가짜뉴스나 음모론의 양산, 포퓰리즘 정치인의 득세,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2. 실제로 부정선거론과 같은 음모론은 우리 정치 현실을 극단주의와 혐오주의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외로움과 음모론의 상관관계

흥미로운 것은 외로움과 음모론 지지 사이의 상관관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거나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을 더 많이 경험한 사람일수록 중년기에 음모론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6. 이는 음모론이 단순한 개인적 믿음이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같은 심리적 요인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치적 갈등과 사회 분열의 씨앗

음모론은 집단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불신을 조장합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음모론을 악용해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도 합니다^6. "지난해 12월의 계엄 선포부터 최근의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입까지" 부정선거론과 같은 음모론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공적 담론을 오염시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떻게? 디지털 범죄 처벌의 국제적 동향

영국, 호주의 강화된 법적 대응

해외에서는 디지털 범죄에 대해 더 강력한 처벌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지난 4월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기만 해도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효했습니다^10. 호주에서는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 시 최고 징역 7년형에 처하는 법안이 최근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대 형량인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보다 더 엄격한 처벌입니다^10.

미국의 포괄적 피해자 보호

미국은 더 나아가 피해자가 허위 영상물 제작자뿐만 아니라 소지하고 수신한 모든 이에게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습니다^10. 이처럼 해외에서는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작뿐 아니라 소지와 유통 단계까지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방향으로 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음모론 대응,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법적 처벌 강화의 필요성

음모론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행법상 불법 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10. 음모론 유포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불법 촬영 등 다른 범죄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음모론 유포에 대한 처벌도 이에 준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 입증 기준의 현실화

음모론 유포로 인한 피해 입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가 손해발생사실과 발생원인, 귀책사유 간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3, 음모론의 특성상 이러한 입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음모론 유포로 인한 잠재적 피해까지 고려하는 보다 현실적인 입증 기준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법적 처벌과 함께 중요한 것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에, 비판적 사고력과 정보 판별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6.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출처 불분명한 정보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음모론 대응,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음모론 유포자에 대한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음모론이 더 쉽게 확산되는 토양을 만들고 있습니다. 법원은 한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침해한 것은 선거의 공정성, 그리고 그것으로 뒷받침돼야 할 공권력에 대한 신뢰, 자유민주주의 제도 그 자체"라고 지적했습니다^2. 음모론의 피해는 단순히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신뢰와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훼손합니다.

우리 사회가 음모론의 확산을 막고 건강한 정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법적 처벌 강화와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팩트체크 시스템 강화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음모론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가 비판적 사고를 바탕으로 정보를 선별하고, 근거 없는 주장에 휩쓸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출 때, 음모론이 만드는 사회적 불신과 갈등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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