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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회

젠트리피케이션, 도시 활성화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by Agent 2025. 4. 14.

도시의 낙후된 지역이 활기를 찾고 세련된 공간으로 변모하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 도시 발전의 긍정적인 모습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주민과 소상공인들이 밀려나는 아픔이 존재하죠.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상권과 주거지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부터 발생 원인, 국내 사례, 그리고 해결방안까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홍대, 이태원, 성수동 등의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실제 영향을 살펴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도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이해리 기자)


출처 : 뉴스포스트(https://www.newspost.kr)
한산한 명동 거리. (사진=이해리 기자) 출처 : 뉴스포스트(https://www.newspost.kr)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의와 어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노후된 구도심 지역에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상류층이 유입되면서 경제적, 문화적 변화가 일어나는 도시 재생이나 활성화 과정을 말합니다^1. 이 과정에서 지가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살던 원주민이나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는 현상을 포함합니다^8.

이 용어는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했는데요, 영국 산업혁명 이전의 지주계급을 의미하는 '젠트리(gentry)'와 변화를 의미하는 어미 '-피케이션(-fication)'의 합성어입니다^13. 우리말로는 '둥지 내몰림 현상'이라고도 불리며,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 단계

젠트리피케이션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쳐 진행됩니다.

  1. 발견단계: 낙후된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예술가나 젊은 전문직 등 소수의 상류층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이들은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합니다^3.
  2. 개발단계: 유입된 상류층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부동산업자나 개발자들이 잠재적 이익을 인식하고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기존 건물을 개조하거나 새롭게 건설하면서 지역 환경이 개선됩니다^3.
  3. 변화단계: 본격적인 전문직 중심의 상류층이 유입되기 시작하고, 이들은 고급 주택이나 상업시설을 선호합니다.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주민이나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3.
  4. 고착화단계: 지역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고, 원래의 특성은 사라지게 됩니다^3.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와 과도한 임차료 상승 등으로 전통 가두상권에 공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 곳곳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 변화와 과도한 임차료 상승 등으로 전통 가두상권에 공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 곳곳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려 있고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과 문제점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의 주요 원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은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모두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인한 부동산 수요 증가는 저가 토지가 많은 교외로 개발을 확장시켰고, 이는 도심의 토지가격 하락과 관리 부실화를 가져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지역들은 재개발을 통해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됩니다^12.

수요 측면에서는 소규모 가구의 증가로 도심 주택 수요가 늘어나고, 통근시간과 비용 증가로 도심 거주의 매력이 커졌습니다. 또한 교외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낙후된 도심의 저렴한 주택이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죠^12.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지역 이기주의일 것입니다. 상권이 활성화되면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높이거나 직접 장사하기 위해 기존 세입자를 내쫓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3.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주요 문제점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부동산 가치 및 임대료 상승: 중상류층의 유입으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부동산 가치와 임대료가 크게 올라, 장기 거주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주하게 됩니다^1.
  2. 원주민의 이주: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저소득층 가족이나 수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온 개인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사회적 혼란과 지역사회 유대 상실로 이어집니다^1.
  3. 문화적 정체성 상실: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이 바뀌고 기존 지역 기업은 경쟁 심화나 소비자 선호도 변화로 인해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1.
  4. 커뮤니티 갈등과 긴장: 새로운 부유층 거주자와 기존 커뮤니티 사이에 소득 수준, 문화적 배경, 지역 우선순위와 개발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갈등이 발생합니다^1.
  5. 상권 붕괴의 악순환: 임대료가 올라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가 들어서지만 결국 높은 임대료로 인해 공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7.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대표 사례

서울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1. 이태원: 한때 다양성과 국제적인 분위기로 유명했던 이태원은 부동산 가치 상승과 임대료 급등으로 원래의 특성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특히 미군을 포함한 해외 거주자들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현대적인 고층 아파트, 상업용 건물, 고급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본래의 다문화적 환경이 변화했습니다^1.
  2. 익선동: 재개발이 무산되고 낙후된 공간이었던 익선동은 14-15년도부터 한옥이 늘어선 골목을 따라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활기를 찾았습니다. 청년 사업가들의 유입으로 뉴트로 형태를 보이며 인기 공간이 되었지만, 2년 만에 상가 임대료가 평당 6-7만원에서 10만원 가까이 오르면서 기존 자영업자들이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2.
  3. 성수동: 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적용한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그러나 성수역 및 연무장길 일대는 여전히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이며, 2018년 평당 임대료 10만원이었던 것이 2022년에는 15만원으로 50% 상승했습니다^5.
  4. 경리단길: 2010년대 초반에 장진우 셰프가 여러 식당을 연 것을 계기로 맛집과 디자이너 숍이 증가하면서 젊은이들의 인기 장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건물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원래 있던 상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문을 닫았고, 대형 프랜차이즈나 공실로 변해버렸습니다^3.

지방 도시의 젠트리피케이션

  1. 부산 해운대: 관광객의 증가와 함께 상업적 발전이 이루어졌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해운대는 이제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자리잡은 지역으로 변화했으며, 이로 인해 지역의 상업적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습니다^15.
  2. 대구 동성로: 트렌디한 카페와 상점들이 들어서며 임대료가 상승했고, 기존의 상인들이 경제적 부담을 겪고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동성로는 대형 브랜드와 고급 상점들이 자리잡은 중심 상업지구로 변모했으나, 기존 상인들과 원주민들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습니다^15.
  3. 대구 김광석 거리: 쇠락한 방천시장 일대는 가수 김광석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문화 콘텐츠를 통해 '김광석다시그리기길'로 거듭났고, 한해 160만명이 찾는 대구 최고의 명소로 부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입니다^11.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재생의 관계

도시재생 사업의 두 얼굴

도시재생 사업은 본래 쇠퇴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 내 주민과 영세상인의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일련의 도시재생사업은 도시의 상징적·시각적 매력도를 높여 새로운 부유층을 유입하고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6.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연구 결과, 도시재생 사업의 유형에 따라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정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주거지 개발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은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크게 유발하지 않지만, '도시재생 인정사업'이나 '중심시가지형'과 같은 상권 발전 중점 사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크게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11.

젠트리피케이션의 유형

젠트리피케이션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주거지의 젠트리피케이션: 주로 재개발 사업 등을 통해 주거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존 주민들이 밀려나는 형태입니다^14.
  2. 문화공간의 젠트리피케이션: 예술가들이 모이던 공간이 유명해지면서 상업화되고, 결국 예술가들이 떠나게 되는 형태입니다^14.
  3. 기존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상업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여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고 대형 브랜드나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형태입니다^14.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을 위한 노력

지자체의 대응과 정책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 성동구의 선도적 정책: 2015년 서울시 성동구는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구역 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며, 건물주와 임대료 안정을 위한 협약을 맺었습니다^5.
  2. 성동구의 정책 확장: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시즌2'를 통해 성수역과 연무장길 일대로 정책 구역을 확장하고, 체인사업 입점 제한, 협약 체결 시 용적률 완화 추진, 관리비 규제 신설 등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5.
  3. 전국 지자체로 확산: 현재 약 44개 지자체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에 동참하여 상생협약 체결 및 상생협력 상가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13.

법제화 노력과 한계

지자체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법제화를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동구를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 지방정부협의회'는 관련 법률 제·개정을 위한 촉구 성명을 발표하는 등 법제화 마련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임대차 보호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9%에서 5%로 인하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에 성공했습니다^5.

그러나 여전히 지자체의 상생협약은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처럼 퇴거 보상 제도 등을 통해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13.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제언

상생과 공존의 도시 만들기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발전과 문화의 창출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기존 주민들의 이주와 지역사회 파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3. 따라서 도시의 발전과 지역 주민의 공존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 기존 원주민의 생존권 보장: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과 주택 계획, 임차인 보호 등을 통해 원주민이 계속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1.
  2. 계획적인 도시 개발: 지역적 특성을 살린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도시 개발로 무분별한 상업화를 방지해야 합니다^13.
  3. 지역사회 참여 확대: 도시 계획 과정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보장하여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1.
  4. 균형 있는 정책 시행: 경제 발전과 지역사회 보존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1.

젠트리피케이션을 넘어선 도시의 미래

젠트리피케이션은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도시를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과정입니다. 도시의 발전은 기존 주민들을 밀어내는 방식이 아닌, 함께 성장하고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여러분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상권을 이용할 때 작은 가게들도 함께 살릴 수 있는 소비 문화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도시 계획과 정책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발전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입니다.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원주민과 소상공인들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면도 함께 갖고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대료 안정화 정책, 지역사회 참여 확대, 균형 있는 도시 개발이 필요합니다.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처럼 선도적인 시도들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국가 차원의 제도적 정책이 마련된다면 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작은 실천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고,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동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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