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익숙하게 찾던 동네 은행 지점이 어느 날 문을 닫았다는 경험이 있으신가요?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은행 점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은행들이 마음대로 점포를 닫기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경영자율성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접근성 보호와 은행 경영자율성 사이에서 발생한 이 딜레마, 과연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정부의 은행 점포폐쇄 규제 강화 배경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2025년 5월부터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수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1. 핵심은 현재 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예외 조항'을 삭제하는 것입니다. 이 예외 조항은 반경 1km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할 경우 복잡한 폐쇄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1.
왜 이런 결정이 내려졌나?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점포를 줄이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1. 실제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20년 6,454개에서 작년 말 5,625개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1. 5년 사이 약 1,000개의 점포가 사라진 셈입니다^4.
특히 고령층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금융접근성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의 이동 거리가 20km 이상인 상위 지역 30곳 중 26곳이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4. 이른바 '은행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하는 '금융 난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4.

사라지는 은행 점포, 그 현황과 영향
국내 은행 점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통폐합한 전국 지점(출장소 포함)이 이미 84곳에 달합니다^1^9.
점포 감소의 주된 이유는?
첫째,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 서비스 이용이 급증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비대면 거래 비중이 최대 95%까지 치솟았습니다^1.
둘째, 은행들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중복되는 점포를 통합하고 있습니다^2. 특히 수익성이 낮은 지방 소도시 지점부터 문을 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금융당국이 점포 폐쇄 절차를 강화했음에도 은행들은 이를 우회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금융산업노조는 일부 은행이 지점을 출장소로 변경하는 식으로 폐쇄 절차를 우회한다고 지적했습니다^12.
이러한 점포 감소는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간단한 계좌 개설이나 상담을 위해 멀리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게 됩니다^7.
은행권의 반발과 경영자율성 논쟁
예상대로 은행권에서는 강력한 반발이 일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과정에서 매번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다"며 "점포 통폐합 관련 예외 조항이 삭제되면 점포 폐쇄나 축소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1.
은행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영자율성 침해: 점포 신설이나 폐쇄는 은행의 자율적인 경영 판단 사항인데, 당국이 사실상 이를 제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13. 일부 은행 관계자는 이를 두고 "사실상 인허가와 다른 게 뭐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13.
- 디지털 전환의 불가피성: 비대면 거래 비중이 95%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1.
- 점포 효율화 필요성: 특히 전국 1,000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을 비롯해 점포 밀집도가 높은 지방은행은 추가 점포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4.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예외 조항 없이 △폐쇄 전 영향평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대체 수단 마련 △사전 통지 △민원 예방 등 현 절차를 모두 지키려면 당분간 점포 폐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4.

금융접근성 vs 디지털 전환: 해외는 어떻게 대응하나?
은행 점포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미국은 은행의 영업점 폐쇄 시 적어도 90일 전에 연방 규제 당국과 지점 고객에게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8. 규제당국에 통보할 때는 영업점 폐쇄 결정의 이유와 이를 뒷받침할 통계나 정보를 제출해야 합니다^8.
영국은 2023년 7월 '새로운 현금 접근성 규정'을 공표했습니다^8. 이 규정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금서비스 접근성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영업점 폐쇄를 보류해야 합니다^8.
호주의 경우, 동일한 은행의 가장 가까운 지점이 도로에서 10km 이상 20km 미만 떨어진 경우, 고객이 대체 채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8.
이처럼 해외에서도 디지털 전환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안은 무엇인가: 공동점포와 디지털 교육
은행 점포 감소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공동점포 운영은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22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 점포를 개설했습니다^8. 이처럼 여러 은행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면 운영비용을 절감하면서도 고객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7월부터 전국 2,500여개 영업점을 갖춘 우체국 등에서 예·적금, 대출과 환거래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8. 또한 신용협동조합 등 상호금융회사, 저축은행의 은행 대리업무 진입도 허용됩니다^8.
디지털 교육도 중요한 대안입니다. 2023년 발표된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홈페이지와 앱 내에 별도의 고령자 모드를 신설하고, 고령자 모드를 이용한 인터넷·모바일뱅킹 실습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6.
또한 점포 폐쇄 후 보상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폐쇄되는 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예금이나 대출상품에 일정기간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각종 수수료를, 직접적인 지원방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6.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대안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공동 점포 추가 운영 의사를 밝히거나 계획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는 점이 이를 방증합니다^13.
은행 점포폐쇄 규제의 미래와 균형점 찾기
은행 점포 폐쇄를 둘러싼 논쟁은 '금융약자 방치 vs 경영권 침해'라는 두 가치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4. 어느 한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11. 이 법안은 은행이 영업점을 폐쇄하려는 경우 금융위에 사전 신고 및 보고를 의무화하고, 금융위가 금융취약계층의 은행 접근성을 고려해 신고 수리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11.
금융노조는 자율 규제인 현행 점포폐쇄 절차를 강제 절차로 바꿀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11. 미국이나 영국처럼 점포폐쇄 절차를 법률과 감독규정에 포함시켜 금융당국이 직접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11.
전문가들은 '은행 사막화'로 불리는 점포 축소 추세가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지역별 맞춤형 절차를 참고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4. 도시와 농촌, 고령층 비율, 디지털 접근성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은행 점포 폐쇄는 디지털 시대의 불가피한 변화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고, 은행은 경영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모든 소비자가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발달했다고 해서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필요 없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대면 서비스의 가치는 중요할까요?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도 금융접근성을 보장하는 방법, 함께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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