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암살 시도에서 목회자로: 김신조 목사의 파란만장한 삶과 유산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귀순 후 목사가 된 김신조 목사가 2025년 4월 9일 새벽, 향년 83세로 별세했습니다. 북한 특수부대원에서 남한의 목회자로 극적인 인생 전환을 이룬 그의 죽음은 한국 현대사의 한 장이 마감됨을 의미합니다. 김신조의 삶은 분단 국가 대한민국의 아픔과 화해, 그리고 개인적 구원의 여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그가 연루되었던 1.21 사태는 한국의 안보 정책과 사회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였던 그의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교원예움 서서울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그의 죽음은 한 시대의 증인이 사라졌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9일 사망한 김신조 씨./연합뉴스 출처 : 경북매일(https://www.kbmaeil.com)

청와대 습격 작전과 김신조의 체포

북한 124부대의 청와대 침투 계획

1942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난 김신조는 북한 인민군 장교로 복무하다 민족보위성 정찰국 124부대에 배속되었습니다. 이 부대는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로, 1968년 1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암살을 목표로 31명의 무장공비를 남파했습니다^1. 당시 26세였던 김신조를 포함한 부대원들은 1월 13일 북한군 정찰국장으로부터 '청와대 습격 작전 지시'를 받고 1월 18일 휴전선을 넘었습니다^1.

김신조는 후일 당시 상황에 대해 "이미 남파훈련을 꾸준히 받았던 부대라 청와대 습격 훈련은 정작 보름 남짓밖에 안 받았다"며 "독도법(지도를 보는 법)을 반복 훈련하고, 모래주머니를 차고 산악구보를 하며 체력을 키웠다"고 회상했습니다^1. 그들의 계획은 낮에는 땅을 파고 휴식을 취하고 밤에만 이동하는 방식으로 청와대에 접근하는 것이었습니다^1.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고 남파된 간첩 김신조의 1968년 체포 당시 모습(왼쪽)과 목사로 있던 2016년 모습. 신동아, 동아일보DB

작전의 실패와 치열한 총격전

부대원들은 경기도 파주까지 진입했으나, 나무꾼 형제들과 마주친 후 이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작전의 위기를 맞았습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동참모본부가 북한군의 이동 경로를 잘못 예측하는 실수 덕분에 부대원들은 1월 21일 밤 청와대에서 불과 800m 떨어진 종로구 세검정 고개까지 접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1.

그러나 세검정 고개를 통과하려던 중 임시 검문소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에게 발각됐고, 대치 끝에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1. 이 과정에서 최규식 종로경찰서장이 사망했으며, 근처를 지나던 시내버스 승객들도 수류탄 파편에 맞아 희생되었습니다^1. 결국 작전은 실패했고 부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1.

김신조의 생포와 충격적인 발언

1월 31일까지 이어진 군경 합동 수색 결과, 북한 부대원 28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북으로 도망갔으며, 한국 측에서는 군인 25명과 민간인 7명 등 총 32명이 희생되었습니다^1. 인왕산으로 몸을 숨겼던 김신조는 수색대원에게 발각된 후 투항해 북한군 중 유일하게 생포되었습니다^1.

김신조는 체포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모가지 따러 왔수다"라고 말해 전국에 충격을 안겼습니다^1. 이 발언은 북한 정권의 대남 도발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었고, 한국 사회에 깊은 안보 위기의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5.

새로운 삶의 시작과 신앙으로의 귀의

귀순과 초기 정착의 어려움

투항 후 육군방첩부대에서 조사받던 김신조는 북한 무장 공비에 대한 정보를 적극 제공하고, 침투 당시 총을 한 발도 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받아 2년 만에 풀려났습니다^1. 1970년에 정식으로 귀순해 주민등록증을 받았지만, 그의 남한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1.

김신조는 동료들의 죽음과 북한에 남겨둔 가족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받았습니다^7. 그는 "사살된 동료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맴돌고, 72년 귀순 용사를 통해 북에 있는 부모 형제의 비보를 전해 듣고 나도 그때 죽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로 가슴이 찢어졌다"고 후일 고백했습니다^7.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비의 자식'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괴로워 이름을 '김재현'으로 바꾸고 열 번 넘게 이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7. 한때 그는 술과 도박에 빠지기도 했고,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7.

신앙을 통한 구원과 목회자로의 길

방황하던 김신조의 삶을 바꾼 것은 아내 최정화 씨였습니다. 그는 1970년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며 위로해주던 최정화 씨와 결혼했고, 아내의 권유로 1981년 서울성락교회에서 침례를 받으며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10. 이후 서울침례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한 그는 청와대 습격사건이 일어난 지 정확히 29년이 되는 1997년 1월 21일,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10.

김신조는 성락교회에서 목사로 재직하며 신앙 생활을 이어가는 한편, 2010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북한 인권 및 탈북자·납북자 위원회 고문으로 임명되는 등 안보강사로도 활동했습니다^1. 그는 2015년 인터뷰에서 "남북한 희생자들 모두 20, 30대 젊은이들이었는데 얼마나 아까운 목숨들이냐"며 "47년간 한국에서 사죄와 보은의 감정으로 살면서 항상 그날의 희생자들을 생각한다"고 1·21 사태에 대한 회한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1.

1.21 사태의 역사적 의미와 영향

한국 사회와 안보 정책의 변화

청와대 습격사건은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한국 사회에 미친 여파는 상당했습니다^10. 이 사건으로 안보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고, 육군3사관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10. 또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교련 과목이 도입되는 등 안보의식 확립을 명목으로 한 사회 전반의 병영화가 확산되었습니다^10.

인왕산에서 청와대 앞길까지의 민간인 통행이 금지되는 등 보안 조치도 강화되었습니다^7. 북악산 등산로는 이 사건 이후 통제되었다가 2022년에 이르러서야 거의 모든 구간이 개방되었습니다^6. 또한 이 사태는 <실미도>와 같은 영화의 소재가 되면서 후대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쳤습니다^6.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인물

김신조는 한국 현대사에서 북한의 무장공비에서 기독교 목사로 변모한 독특한 경우로, 분단의 비극과 화해, 그리고 개인적 구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 되었습니다.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그의 죽음에 대해 "평소에도 고향을 무척 그리워했으며 최근 수년간 치매로 고생했다"며 "분단 국가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갔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5.

김신조의 삶은 또한 갈등과 대립을 넘어선 화해와 용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1997년 당시 귀순용사 선교회 이사장으로서 "정치를 떠나서 서로 순수한 마음에서 이렇게 관광, 이산가족 같은 것, 그다음에 스포츠, 문화, 이런 것도 점차적으로 해야…."라고 말하며 남북 화해를 위한 실질적인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11.

결론: 한 시대의 증인이 남긴 교훈

김신조 목사의 별세는 단순히 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증인이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그의 삶은 냉전과 분단의 비극, 그리고 개인적 구원과 화해의 여정을 담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줍니다.

김신조는 한때 대한민국을 공격하러 온 '적'이었지만, 귀순 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신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찾았습니다. 그의 사례는 극단적 대립과 분열의 시대에 화해와 용서,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분단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증언이 됩니다.

김신조 목사의 별세를 계기로, 우리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영면을 빌며, 그가 남긴 교훈이 후대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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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orth Korean Commando to Pastor: The Extraordinary Life and Legacy of Kim Shin-jo

Kim Shin-jo, the sole survivor of the 1968 Blue House raid who later became a pastor after defecting to South Korea, passed away at the age of 83 on the morning of April 9, 2025. His death marks the end of a chapter in modern Korean history, as he transformed from a North Korean special forces soldier to a South Korean pastor in a dramatic life journey. Kim's life symbolizes the pain of division, reconciliation, and personal salvation in a divided Korea. The incident he was involved in, known as the "January 21 Incident," dramatically changed South Korea's security policies and social atmosphere. His funeral altar has been set up at the West Seoul Funeral Hall in Yeongdeungpo District, Seoul, signaling the departure of a witness to an era.

The Blue House Raid and Kim's Capture

North Korea's Unit 124 and the Infiltration Plan

Born in Chongjin, North Hamgyong Province in 1942, Kim Shin-jo served as an officer in the North Korean People's Army before being assigned to Unit 124 of the Reconnaissance Bureau. This elite special forces unit dispatched 31 armed commandos to South Korea in January 1968 with the mission to assassinate then-President Park Chung-hee^1. The 26-year-old Kim and his fellow operatives received orders to raid the Blue House on January 13 and crossed the DMZ on January 18^1.

Kim later recalled, "As we were already well-trained for infiltration, we only received about two weeks of training specifically for the Blue House raid. We practiced map reading repeatedly and improved our physical stamina by running in the mountains while carrying sandbags"^1. Their plan was to rest by digging into the ground during daylight and move only at night to approach the Blue House^1.

The Failed Operation and Fierce Gunfight

The operatives managed to reach Paju in Gyeonggi Province, but their mission was compromised when they encountered woodcutters who reported them to the police^1. Despite this setback, due to an error in the Joint Chiefs of Staff's prediction of the North Korean troop movement, the unit succeeded in approaching Segomjeong Hill, just 800 meters from the Blue House, on the night of January 21^1.

However, while attempting to pass Segomjeong Hill, they were detected by police at a temporary checkpoint, and a confrontation ensued that escalated into a gunfight^1. During this exchange, Choi Gyu-sik, the chief of Jongno Police Station, was killed, and passengers on a passing city bus were also hit by grenade fragments^1. The operation ultimately failed, and the operatives scattered^1.

Kim's Capture and Shocking Statement

After a joint military and police search that continued until January 31, 28 North Korean operatives were killed, two escaped back to North Korea, and a total of 32 South Koreans, including 25 military personnel and 7 civilians, were killed^1. Kim, who had hidden in Mount Inwang, was discovered by search troops and surrendered, becoming the only North Korean operative to be captured alive^1.

In a press conference following his capture, Kim shocked the nation by stating, "I came to cut off Park Chung-hee's head"^1. This statement vividly demonstrated the North Korean regime's aggressive intentions toward South Korea and instilled a deep sense of security crisis in South Korean society^5.

Starting a New Life and Turning to Faith

Defection and Early Struggles

After his surrender, Kim was investigated by the Army Counter Intelligence Corps. He actively provided information about North Korean armed spies and was released after two years, partly because he had not fired a single shot during the infiltration^1. He officially defected in 1970 and received his resident registration card, but his life in South Korea was far from smooth^1.

Kim suffered from guilt over the deaths of his comrades and the family he left behind in North Korea^7. He later confessed, "The images of my killed comrades haunted me, and when I heard the sad news about my parents and siblings in North Korea through a defector in 1972, I was heartbroken with regret that I should have died then"^7. To escape the stigma of his children being called "children of a spy" at school, he changed his name to "Kim Jae-hyun" and moved more than ten times, but to no avail^7. At one point, he turned to alcohol and gambling and attempted suicide several times^7.

Salvation Through Faith and Path to Ministry

What changed Kim's life was his wife, Choi Jeong-hwa. He married her in 1970 after she had sent him letters of comfort, and at her suggestion, he was baptized at Seoul Sungrak Church in 1981, beginning his life of faith^10. After studying theology at Seoul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he was ordained as a pastor on January 21, 1997, exactly 29 years after the Blue House raid^10.

Kim served as a pastor at Sungrak Church while also working as a security lecturer, including being appointed as an advisor to the Hannara Party (now the People Power Party) Committee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and Defectors/Abductees in 2010^1. In a 2015 interview, he expressed remorse about the January 21 Incident, saying, "All the victims from both North and South were young people in their 20s and 30s. What precious lives they were. For 47 years, I have lived in Korea with feelings of apology and gratitude, always thinking of the victims of that day"^1.

Historical Significance and Impact of the January 21 Incident

Changes in South Korean Society and Security Policies

Although the Blue House raid failed, its impact on South Korean society was substantial^10. The incident heightened security awareness, leading to the establishment of the Homeland Reserve Forces and the founding of the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10. It also introduced military training as a required subject in high schools and universities and spread militarization throughout society under the banner of establishing security consciousness^10.

Security measures were strengthened, including the prohibition of civilian access from Mount Inwang to the road in front of the Blue House^7. The hiking trails of Mount Bukak were controlled after this incident and were only fully reopened in 2022^6. The incident also influenced later generations through films like "Silmido"^6.

A Symbol of the Pain of Division

Kim Shin-jo became a unique case in modern Korean history, transforming from a North Korean armed commando to a Christian pastor, symbolizing the tragedy of division, reconciliation, and the possibility of personal salvation. Dr. Ahn Chan-il, the director of the World Institute for North Korea Studies and the first North Korean defector to earn a doctorate, lamented Kim's death, saying, "He always missed his hometown very much and suffered from dementia in recent years. He lived a dramatic life in a divided country"^5.

Kim's life also demonstrated the possibility of reconciliation and forgiveness beyond conflict and confrontation. As the chairman of the Defector Missionaries Association in 1997, he emphasized the need for practical exchanges for inter-Korean reconciliation, saying, "Beyond politics, with pure hearts, we should gradually promote tourism, reunions of separated families, sports, and cultural exchanges"^11.

Conclusion: Lessons from a Witness to an Era

The passing of Pastor Kim Shin-jo signifies more than the death of an individual; it marks the loss of an important witness to modern Korean history. His life encompasses the tragedy of the Cold War and division, as well as the journey of personal salvation and reconciliation, offering many lessons.

Kim was once an "enemy" who came to attack the Republic of Korea, but after defecting, he acknowledged his wrongdoings and found a new life through faith. His case shows that reconciliation, forgiveness, and new beginnings are possible even in an era of extreme confrontation and division. Additionally, his life fully embodies the pain and development process of modern Korean history, providing important testimony for understanding the history of division.

With the passing of Pastor Kim Shin-jo, we are reminded of the pain of inter-Korean division and the importance of efforts for peace and reconciliation. As we pray for his peaceful rest, we hope that the lessons he left behind will continue to inspire future gene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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